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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없는 月천만원 부부, 애 낳은 月550만원 부부…이게 달랐다 [출산율 0.78의 나라]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by 마메쏙 2023. 3. 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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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광주 북구청 상황실에 나타난 지역별 출산율 비교 자료. 뉴스1

[출산율 0.78의 나라 ①]

결혼 2년 차인 서울의 대기업 사원 나모(33)씨 부부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나씨 부부의 월 소득은 1028만원이다. 주거비(70만원)와 식비·생필품비(100만원), 용돈·여가비(130만원), 보험료(70만원) 등 지출을 제해도 매달 448만원 가량이 남는다. 지난해 2인 가구 중위소득(326만원) 보다 월 저축가능액이 100만원 이상 많다. 이른바 ‘워라밸’도 괜찮은 편이다. 나씨의 아내는 매일 퇴근 후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즐긴다. 나씨 역시 취미 생활로 어항을 가꾼다. 나씨 스스로도 “삶에 특별히 부족한 점은 없다”고 한다.

나씨는 그러나 “결혼 이후 출산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맞벌이와 공동거주란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결혼과 달리, 출산은 경제적으로 확실히 계층 상승 방해요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씨는 영등포구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자가로 거주중이다. “계층 상승의 척도는 주거”라고 생각하는 나씨는 향후 용산구나 여의도의 84㎡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필요한 자금이 적어도 15억원 정도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래소득을 늘리기 위해 나씨는 매일 퇴근 후 4시간씩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너무 심하다. 내가 아이를 낳아도 건강한 정신상태를 갖고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인구 쇼크' 수준인 0.59명(전국은 0.78명)까지 떨어진 서울 2030 세대의 자화상이라 여기는 나씨는 “1000만원 정도 일시금을 주는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출산율 감소세는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고 되뇌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 @ joongang.co.kr

 

서울 0.59명 vs 세종 1.12명…뭐가 달랐나

반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긴 세종시(1.12명)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세종시에 사는 공무원 이모(34·여)씨 부부는 월 소득(550만원)은 나씨 부부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아들을 낳았다. 세 식구가 식비·생필품비(80만원), 육아용품비(60만원) 등을 쓰고 나면 저축 가능한 돈은 130만원 정도다. 1억8000만원에 30평대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씨 부부 역시 ‘내집 마련’은 고민거리다. 이씨는 “요즘 집값이 다시 조금 오르는 추세라 세종 외곽에는 30평대 4억원대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외곽에 집을 살지, 중심지에서 전세를 연장할지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인 이씨는 '임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경쟁에서 도태될 거란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다. “공무원이라 복귀 후에도 내 자리가 있다는 확신이 있고, 주변에서도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사람이 적잖아 걱정이 없었다. 또 이미 승진을 하고 업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오전 6시에 아들과 함께 잠에서 깨 남편의 출근(오전 8시~오후 4시 근무)을 돕고, 이후에도 아이를 돌본다는 이씨는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느낀다”면서도 미래에 자신은 물론, 자녀의 삶도 행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 @ joongang.co.kr

 

2030세대 84.2%가 “출산율 감소세 심각”

대한민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 2017년 1.05명이었던 출산율이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진 뒤, 0.84명(2020년), 0.81명(2021년), 0.78명(2022년) 등 하염없이 추락 중이다. 통계청은 국내 인구가 2070년 2377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전국 20~39살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 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84.2%가 “출산율 감소세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녀를 가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0.0%에 그쳤다. 38.1%는 자녀를 가질 의향이 없다고 답했고, 11.9%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단순히 출산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는 기회를 잃는 비용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가격 효과’(price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도의 경쟁사회에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안정적 사회·경제적 지위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지고 있다. 일자리·주거 등은 복합적인 미래 예측 수단인데, 이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으니 출산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저출생 현상은 주거·일자리 등 현재의 경제적 부담, 미래에 대한 전망과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에스티아이 조사에서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7.4%는 양육비용 부담을 꼽았다. 일자리 불안정(20.7%), 주거 불안정(19.9%)이라고 답한 이도 많았다. 혼인율 감소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30.3%는 주거 불안정을 꼽았다. 이후 일자리 불안정(24.9%), 출산·양육 부담(21.9%) 등 경제적 요인이 그 뒤를 따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 @ joongang.co.kr

 

소득, 미래 전망 따라 극과극 갈린 출산 의지

출산 의지는 소득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출산 의지가 있나’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월 소득 600만원 이상에선 70.1%를 차지했지만 400~600만원에선 60.2%로 줄었고 200~400만원 구간에선 52.7%, 200만원 미만에선 48.0%로 감소했다. 본인이 정의하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서도 상(70.1%)·중(51.3%)·하(42.2%) 등 출산 의지 차이가 컸다. ‘상대적 박탈감’의 체감 정도 역시 출산 의지에 영향을 미쳤다.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61.4%)는 이들과 ‘매우 느낀다’는 응답층(37.0%) 사이의 출산 의지 격차는 24.4%포인트에 달했다.

현재의 처지보다 출산의지와 상관관계가 더 큰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었다. 자녀의 삶에 대해 ‘매우 행복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의 출산 의향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89.6%)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 중엔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26.0%에 불과했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들 역시 출산 의지가 77.5%로 높았다. 반면에 ‘매우 낮다’는 응답층에서는 출산 의향이 거의 반토막(34.9%)났다. 자신의 삶이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들은 출산의향(65.0%)이 뚜렷했고,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 중엔 출산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23.3%에 그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 @ 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 @ joongang.co.kr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쟁감이 높은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생존 본능이 극대화된 결과“라며 “교육과 일자리가 서울에만 편중되니 성공에 대한 기준이 획일적이고 경쟁도 치열하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스웨덴이나 프랑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경쟁감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낮다”고 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을 생애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거쳐가는 것으로 생각했고, 일종의 사회적 규범으로 작동했다”며 “지금은 경제적 여건이 사회의 규범까지 바꾼 단계여서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사회적 동기나 압력도 약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 @ joongang.co.kr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64264?cds=news_media_pc 

 

애 없는 月천만원 부부, 애 낳은 月550만원 부부…이게 달랐다 [출산율 0.78의 나라]

결혼 2년 차인 서울의 대기업 사원 나모(33)씨 부부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 나씨 부부의 월 소득은 1028만원이다. 주거비(70만원)와 식비·생필품비(100만원), 용돈·여가비(130만원), 보험료(70만

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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