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뉴욕 월가에서 만든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가 내달 정식 출범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지난 11월 파산하며 '바이낸스' 독주 체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견제구를 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소식이 최근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 침체 등으로 얼어붙은 가상자산 시장에 온기를 가져다줄 호재란 평가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찰스 슈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금융계 거물들은 가상자산 거래소 'EDX Markets(EDXM)'을 내년 1월에 공동으로 오픈한다. 앞서 이들은 지난 9월 EDXM 출시 소식을 예고했으며, 현재 시범운영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점차 커져가는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EDXM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자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미국 기관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거래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신뢰도를 중시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투명성과 기술력을 중점으로 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월가에서 검증된 기술 인프라를 제공받는다. EDXM 측은 "멤버스 증권거래소(MEMX)로부터 기술적 인프라를 지원받는다"며 "이들의 입증된 기술과 전통 금융 시장에서 얻은 경험, 풍부한 유동성 등을 통해 기관 및 개인 투자자에게 빠르고 효율적인 가상자산 거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MEMX는 지난 2019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찰스 슈왑, 시타델, 모건 스탠리 등이 합작해서 설립한 증권 거래소다.
한편 최근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와 바이낸스를 둘러싼 퍼드(FUD, 공포·불확실성·의심)가 이들로부터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월가 전통 금융 기업이 내달 FTX를 대신할 코인 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인 가운데 해당 거래소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바이낸스에 대한 FUD를 퍼트렸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해당 퍼드 이후에 바이낸스에 있는 가상자산 보유량도 FTX 파산 사태 이전으로 돌아왔었다"며 "월가에서 만든 거래소인 만큼 미국 거래소였던 FTX의 유동성을 다시 가져오려면 바이낸스를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전통 금융(TradFi, 트레드파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든다는 소식 자체가 호재가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VC 임원은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사태 등으로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월가가 설립한 거래소는 신뢰와 유동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FTX 거래소를 대체할 좋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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