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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49] ‘스타트업 천국’ 된 이스라엘… 시작은 소련 붕괴였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by 마메쏙 2022. 11. 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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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온 걸 환영합니다” 소련 이민자 맞는 라빈 당시 총리 - 소련 붕괴 뒤 이스라엘 이주를 결심한 러시아 유대인들을 태우고 1994년 4월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여객기에 동승한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승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한 뒤 수년간 100만명의 고학력 러시아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당시 이스라엘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기술·창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위키피디아

1973년 10월 6일,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부르는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날은 유대인의 ‘속죄일’로 모든 국민이 온종일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단식하며 그동안 지은 죄를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용서를 청하는 날이었다. 방송국 등 나라 전체가 고요히 쉬는 날로 거리에는 차 한 대 다니지 않았다. 속죄일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병영을 떠나 있어 기습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이를 이용해 이집트와 시리아가 아래위에서 동시에 기습했다. 이집트는 75만 명의 병력과 탱크 3만2000대, 소련제 미사일까지 총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기습당한 이스라엘의 피해는 막심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시나이 전선의 모래언덕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골란고원이 점령당했다. 특히 지난 전쟁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 주었던 이스라엘 전차부대와 전투기는 이집트군이 쏘아대는 성능 좋은 소련제 미사일 공격에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개전 48시간 만에 이스라엘은 17개 여단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스라엘은 결국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게 된다. 다급해진 건 미국이었다. 어떻게든 핵전쟁은 막아야 했다. 미국은 사방으로 포위된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무려 5566번의 비행 수송 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지원으로 개전 6일 만에 시리아군에 대한 총반격을 개시하여 골란고원을 되찾았다. 그 뒤 시나이반도로 이동해 수에즈시를 점령했다. 10월 25일 유엔군 긴급 파견이 결정되어 4차 중동전쟁은 마무리되었다.

 

 

4차 중동전쟁서 ‘소련제 미사일 쇼크’

 

이스라엘은 패배 직전까지 갔던 4차 전쟁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보병과 전차는 미사일 공격 앞에 무용지물임을 깨달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방위산업 전략을 180도 바꾸어 전차 등 재래식 무기 개발이 아닌, 적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어 갔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1952년 창설된 첩보부대를 ‘8200′ 인터넷보안부대로 바꾸고 엘리트 과학기술 전문 장교 집단 ‘탈피오트’를 창설했다. 방위산업도 이들을 중심으로 군사용 정보통신기술 위주로 발전시켰다. 곧 인터넷 첩보활동이 강화되었으며, 방위산업도 IT 정보산업과 인공위성,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한 ‘레이더, 미사일, 미사일 방어망 아이언돔, 무인비행기, 드론’ 등이 주력이 되었다.

 

이러한 첨단 방위산업 기술이 전역 후 이들의 창업 아이템이 되었다. 8200부대와 탈피오트는 이후 국가 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8200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1000개가 넘으며 그중 사이버보안 기업만 400개에 이른다. 인터넷 방화벽 시장 세계 점유율 1위인 `체크포인트` 설립자 길 슈웨드 역시 8200부대 출신이다. 이러한 추세는 탈피오트도 마찬가지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도 탈피오트 사관후보생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병기개발청 라파엘이 생산에 성공했고, 라파엘은 우리나라 연평도에 배치된 4세대 스파이크 미사일도 개발했다.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아이언돔 발사대 - 이스라엘 첨단 방위산업의 상징인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돔’ 발사대가 가자지구와 인접한 항구도시 아슈켈론에 베치된 모습. /이스라엘군 플리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의 성격과 경제 방향을 바꾼 나라이다.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했던 이스라엘은 1980년대 후반에야 자본주의를 접목하여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다. 이런 신생 자본주의 국가에 1991년 12월 26일 소련의 붕괴로 국경 봉쇄가 풀리면서 약 100만 명의 고학력 러시아 유대인들이 물밀듯이 이스라엘로 이주해왔다. 당시 이스라엘의 인구는 500만 명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실업률이 높은 시절이라 이는 국가의 운명을 가를 정도의 중차대한 일이었다. 이들 중 약 23%가 과학자로 대부분 소련 국립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자들이었다. 이스라엘 수석과학관실은 이들의 높은 과학 수준과 기술력을 상업화시키기로 하고, 미국 유대인 단체의 협조를 받아 이스라엘 전역에 24개의 기술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고 기술창업보육사업을 전개했다. 될성부른 아이디어에 최소 2년간 80만달러까지 지원했다.

그리고 이들을 본격 지원하기 위해 1993년에 ‘요즈마 펀드’를 설립해 해외 벤처캐피털과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투자 후 5년 내 요즈마 지분을 싼값에 되살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인센티브로 대성공을 거뒀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매년 20개 이상씩 성공을 거두자 전 세계 벤처캐피털들이 이스라엘로 몰려들었다. 1억달러로 시작한 요즈마 펀드는 크게 성장해 5년 후 민영화되었으며 10년 후에는 규모가 40억달러로 커졌다.

세계 약품 매출 25%가 이스라엘 기술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또 다른 배출구는 대학과 연구소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30여 년 전에 설립한 대학들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해왔으며 또 이를 토대로 기술 혁신과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들 연구소와 대학들은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기업에 접목시키기 위한 기술 이전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바이츠만 연구소의 ‘예다’, 테크니온 공대의 ‘T-3′, 히브리대학의 ‘이슘’, 텔아비브대학의 ‘라못’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의 기술사업화 실적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59년에 설립된 바이츠만 연구소의 기술 이전 조직인 ‘예다’에 따르면, 세계 약품 시장 매출액 중 약 4분의 1은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기술을 이용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학생 수가 1380명인 바이츠만 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성과가 200여 미국 대학 성과의 절반에 필적한다. 1964년에 설립된 히브리대학 ‘이슘’의 경우도 기술 이전을 통해 연 매출 2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의 설립 연도만 보아도 이스라엘 연구소와 대학이 일찍부터 연구 결과의 실용화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창업 길 찾는 이스라엘 대학생들 - 이스라엘과 미국에 캠퍼스를 둔 유대계 예시바대학교 학부생들이 지난 2018년 이스라엘의 창업진흥기관 ‘아워크라우드’를 찾아서 스타트업 육성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졸업전부터 스타트업에 관한 다양한 현장 실습 기회를 갖는다. /예시바대 플리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4차례 중동전쟁과 100만 명의 러시아 유대인 유입으로 특이한 구조를 갖게 된다. 스타트업의 요람이 군대와 산업계와 대학의 연합 전선인 ‘군·산·학’ 복합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로부터 매년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탄생해, 한 해에 창업하는 스타트업 수가 유럽 전체의 스타트업 수를 능가한다. 현재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수는 7000개가 넘다 보니 이들의 젊은 피를 수혈받기 위해 이스라엘에 세워진 다국적 기업들의 R&D센터가 무려 400개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연구소를 시작했고 관련 하이테크 연구와 병행해 지금도 유망한 스타트업을 사냥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매각과 합병이 잦은 이유이자 이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세계가 탐내는 스타트업들이 넘쳐나고 있어 전 세계가 투자를 줄이는 팬데믹 기간에도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변변한 글로벌 대기업 하나 없이 스타트업들과 방산 기업들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IMF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이스라엘 1인당 GDP가 5만5358달러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물론 독일조차 뛰어넘은 수치로 2020년 4만4181달러, 2021년 5만1449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2년 만에 25.3%가 껑충 뛴 비약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트업이 이룬 경제 기적이다.

 

[헤세드 정신]

“보상 안받고 도와준다” 실리콘밸리 선배들이 이스라엘 벤처들 발굴

이스라엘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과 기술 개발,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스타트업 진흥에 나라의 운명을 걸었다. 그 결과 군·산·학 복합체로부터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와 인구 1400명당 스타트업이 하나씩 탄생해 스타트업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는 일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유대인 기업가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될성부른 새싹을 조기에 발굴하여 투자했을 뿐 아니라 ‘정보 제공, 인맥 연결, 글로벌 마케팅 지원과 상장(IPO) 지원’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헌신적인 도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헤세드 정신’이라 한다. 히브리어로 ‘긍휼’, ‘자비’라는 말로, ‘보상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돕는다’는 뜻이다. 이는 유대인 공동체가 지향하는 최고 단계의 체다카(돌봄, 나눔) 정신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수는 100여 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11/29/67FVNALYYZDE3DKWCOW3IRFFZ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49] ‘스타트업 천국’ 된 이스라엘… 시작은 소련 붕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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