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이태엽 교수 “스마트 약물? 근거없어”
올해 10대이하 ADHD 약물 처방 급증
환각·망상·자살시도 등 부작용 경계해야
‘주의력 산만한 우리 아이, 집중하게 해주는 스마트 치료제’,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최근 일부 병원이나 약국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홍보하는 문구다. 최근 처방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가 장기 학습능력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함부로 투여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는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에서 ‘2024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ADHD 치료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행태에 우려를 나타내며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ADHD 치료제가 ‘스마트 약물’로 불리며 학생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ADHD 치료제의 메틸페니데이트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는 일관성이 없고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틸페니데이트가 학업 성과를 장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각성을 높이는 일종의 마약류다.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의 ADHD를 치료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는 25만684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간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28만663명)의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중 10대 이하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를 성별·연령별로 나눈 결과, 10대 이하 남성이 8만51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간 해당 성분을 처방받은 10대 이하 남성(9만851명)의 94%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 10대 이하 환자 수가 올해 상반기 3만2780명으로, 20대 여성(3만5773명) 다음으로 많았다. 이 역시 지난해 전체 기간 해당 성분을 처방받은 10대 이하 여성(3만4888명)의 94% 수준이다.
메틸페니데이트를 오남용할 경우 두통, 불면증 등의 부작용은 물론 환각, 망상, 자살 시도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단기적으로 사용하면 주의력이나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개선될 순 있으나 그 효과는 개인의 상태와 약의 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심혈관질환, 중독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메틸페니데이트를 ‘수험생 영양제’, ‘뇌 영양제’ 등으로 속여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ADHD 치료제를 스마트 약물로 사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메틸페니데이트 복용의 잠재적 위험성, 윤리적 문제 등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충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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