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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드로 효과에서 벗어나려면?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by 마메쏙 2024. 8.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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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또 하나를 더 갖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일 테니까요. 그렇게도 소망했던 하나를 얻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집착하며 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는 ‘디드로 효과’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다음 백과’에 따르면 디드로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세련된 빨간 가운과 자신의 낡은 물건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가운과 잘 어울리도록 책상과 의자 등을 빨강 계열의 새것으로 바꾸다가 마침내 벽걸이 등 모든 가구를 바꿨습니다. 마침내 돈을 낭비한 그는 자신이 빨간 가운의 노예가 됐다며 우울해했습니다.

디드로 효과란 새로운 상품이 우리 의식을 지배함으로써 쓸데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 글을 접하면서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소비 행태를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서재의 책장을 둘러보면 당시에는 꼭 필요하다고 여겨서 구입한 것들이 뿌연 먼지에 싸여 새것 그대로 책 위에 놓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끝없는 소유의 욕망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신 법정 스님은 자신의 책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타이완에서 유학한 스님 한 분이 조그마한 다기를 선물했는데, 그것을 받은 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했습니다.

"아주 작고 깜찍했다. 다기는 크면 안 된다. 손안에 들어와야 한다. 나는 그걸 좋아하면서 자랑하고 많이 사용했다. 그 뒤에 내가 인도로, 일본으로 다니다가 타이완에 갔더니 육교 밑에서 그 다기를 잔뜩 놓고 팔고 있었다. 그래서 선물하려고 몇 개 사고 내 몫으로도 하나를 샀다. 그것을 가져와 거처에서 쓰는데 처음 하나 가졌을 때의 그 소중함, 그 살뜰함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나니까 그 마음이 회복되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가지면 그 하나마저 잃어버린다."

다기 하나에서도 이런 깨달음을 얻은 스님의 사유가 부럽기만 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가치 척도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게 분명해지니까요. 가장 ‘좋은’ 아파트는 고민할 것도 없이 가장 ‘비싼’ 아파트가 돼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쉽게 단정 짓고, 그런 상태가 행복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졌다고 과연 행복한 걸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돈’보다 우선해야 할 무언가는 없을까요?

법정 스님의 이 책을 엮은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자신의 견해를 밝힙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죄악 중에서도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은 없고, 재앙 중에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으며, 허물 중에서도 욕망을 다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했다. 죄악이란 어디서 오는가? 분수에 지나친 욕망인 탐욕에서 온다. 탐욕은 자기 분수 밖의 욕심이다. 노자는 뒤이어 말한다. ‘따라서 넉넉할 줄 알면 항상 풍족하다.’ 결국 만족하며 살라는 것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또는 권력을 쥘수록 걱정거리도 그만큼 많아지듯이, 돈도 많이 가질수록 걱정거리 역시 커질지도 모릅니다. 갖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그들일지라도 사실은 겉으로만 평온한 모습이지 속은 온갖 걱정과 불안과 경계심으로 가득할 겁니다.



욕망이 과도하면 탐욕이 되고, 탐욕은 헤어나올 수 없는 불행의 늪으로 우리를 밀어 넣곤 합니다. 마치 철학자 디드로가 사소한 가운 하나를 얻은 것이 커다란 후회로 이어졌음을 상기하며 우리 일상생활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법정 스님의 말씀 중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가지면 그 하나마저 잃어버린다"는 마지막 문장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 문장이야말로 디드로 효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 줄 좋은 해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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