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한 건 ‘에너지 최후 구매자(buyer of last resort)’ 성격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잉여전력이나 원유 생산과정에서 채산성이 없어 태워버릴 수밖에 없는 천연가스 등을 누구도 활용하지 않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구매자가 비트코인 채굴업자라는 뜻이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이너(bitcoiner)이자 투자전략회사를 운영하는 린 올든(Lyn Alden)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유튜브 채널 ‘Intelligence Squared’에서 진행한 비트코인 관련 토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잉여전력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구매하려는) 라이벌이 없는, 버려지는 에너지다. 비트코인 채굴은 잉여전력을 흡수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인센티브가 된다.”
비트코인 채굴이 전력을 낭비한다고 비판하는 진영에선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하는 전력이 웬만한 나라의 1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체금융센터(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는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기소비지수(Cambridge Bitcoin Electricity Consumption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96.74TWh다. 1년 동안 전 세계가 생산하는 전력량의 0.43%에 해당한다.연간 금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131TWh, 미국에서만 한 해 동안 냉장고에 사용되는 전력량이 104TWh다. 필리핀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은 90.9 TWh다.
특정 산업이 전력을 낭비한다고 비판하는 논리엔 해당 산업이 충분한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100이라는 에너지를 사용해 120, 130 등 더 큰 가치를 만든다면 에너지 사용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13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은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9월 중순 자신의 웹사이트에 비트코인 채굴과 환경 간 관계에 대한 글을 썼다. “저널리스트와 투자자, 규제 당국, 그리고 비트코인과 환경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께”라는 문구로 시작한 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비트코인은 현재 시점에 시가총액이 4200억 달러(약 597조 원), 1년 동안 4조(약 5686조 원) 달러 결제가 이뤄지는 네트워크입니다. 이것이 작동되는 데에 매해 약 40억 달러(약 5조6900억 원)의 전력이 사용됩니다. 40억 달러 에너지를 투입해 4200억 달러를 버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반정부적이다. 정부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없앨 수만 있다면 없애고 싶은 물건이다. 중앙은행이 찍어낼 수 없어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당연한 말이지만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동행을 고려하는 건 네트워크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미국과 비트코인의 아슬아슬한 동행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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