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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험의 증대가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 /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by 마메쏙 2022. 11. 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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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생산시설의 최적 입지조건으로 생산비용 등 경제적인 효율성보다는 공급망의 안전성 확보와 적대국과의 전략경쟁 등 ‘국가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
► 최근 미국은 명시적으로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과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으며, 러시아에 대해서는 ‘억제(constrain)’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였음.
► 코로나19로 미국은 마스크와 백신 등 전염병 관련 핵심품목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2021년에는 기상이변 및 보복소비 등에 따른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공급대란으로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음.
►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금융의 무기화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나, 보다 근본적이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금융의 무기화 현상 심화가 역설적으로 무기의 위력은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임.
► 일례로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새로운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으며, ‘결제수단의 국지화’를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서비스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개발될 가능성이 높음.
►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이와 관련된 정책 대응들이 요구됨.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경쟁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격화 등으로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geopolitical risk)’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생산시설의 최적 입지조건으로 생산비용 등 경제적인 효율성보다는 공급망의 안전성 확보와 적대국과의 전략경쟁 등 ‘국가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더 이상 경제적인 요소만 고려하지 않고 안보측면을 함께 고려하거나 심지어는 경제를 안보에 종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경제안보’ 우위의 시대다. 

 

이렇듯 지정학적 위험이 상존하고 경제안보가 최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금융부문 또한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므로, 금융부문에 미칠 영향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여 이에 맞는 대응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런 점들에 대해 고찰해보고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제언들도 함께 제시해보고자 한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미국의 정세 인식

 

미국 백악관은 2022년 10월 12일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재의 정세판단과 함께 향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시하였다. 보고서의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유롭고 개방된 그리고 안전하고 번영된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은 첫째, 국력과 영향력 증대를 위한 자원과 수단에 투자하고, 둘째, 집단적 영향력을 증진하기 위해 국가 간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며, 셋째,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6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외교정책과 국내정책 간의 경계를 없애고, 동맹과 파트너십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자산이라는 점을 인지하며,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인식하고,1) 글로벌 전략경쟁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각 국가의 여건에 맞는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세계화에 대한 조정(adjustment to globalization)’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는 ‘투트랙(two-track) 국제협력’2)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의 내용에서 보듯이 미국은 명시적으로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과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중국은 국제질서를 자국의 이익에 유리하게 재편할 경제 · 외교 · 군사 · 기술적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의 상황이 향후 10년 동안 벌어질 미 · 중 전략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자 하나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은 지속될 것이며, 동맹국들에게도 협력강화를 명분삼아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에 동참해줄 것을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국을 이겨야할 경쟁상대로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에 대해서는 ‘억제(constrain)’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국제평화와 안정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로 인해 분열된 유럽의 안보 체제를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이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미국의 경제안보 우선주의는 과거 미국의 글로벌 정세 인식 및 전략과는 다른 점이 많다. Bretton Woods체제 출범 이후 GATT와 WTO 등을 통해 자유무역과 통상개방, FTA를 부르짖고 World Bank와 IMF를 통해 세계화와 금융자유화를 추진하던 미국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이제는 ‘세계화’라는 구호자체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의 정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앞서 지적한 중국경제의 급속한 부상과 더불어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부터이다. 

 

2020년 확산된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가중 가장 많은 사망자수가 미국에서 발생3)하였으며, 의료공급망이 붕괴되는 등 보건체계 전반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는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고 위기대응 능력에도 문제가 있음을 노출시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은 마스크와 백신 등 전염병 관련 핵심품목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한층 더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21년 초에는 기상이변 및 보복소비 등으로 반도체 분야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공급대란이 일어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21년 6월 4대 핵심 분야 공급망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였는데,과거 효율성과 저비용 위주의 경제운영으로 미국내 공급망의 안전성, 지속성 및 복원력이 저하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 근로자의 건강과 번영, 국내외에서의 자원 관리 능력 등까지도 손상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저비용 생산방식 추구 결과 주요 공급망이 산업정책에 힘입어 특정 국가에 집중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 및 글로벌 생산자는 갑작스런 생산 중단의 취약성에 직면하였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와 금융의 무기화 그리고 역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경제의 부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 공급망 이슈가 불거졌다.공급망 이슈의 핵심은 어떤 이유에서든 반도체나 천연가스 혹은 마스크나 백신과 같이 산업생산이나 기초 에너지원 또는 생존이나 보건에 필요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품목의 공급에 교란(disruption)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응은 결국은 ‘국내로의 생산시설 복귀(re-shoring)’ 또는 여의치 않을 경우 ‘우방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friend-shoring)’이다. 전자는 자국이 생산능력이 존재하는 경우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며,후자는 자국이 생산능력이 없는 경우 우방국을 통해 해당품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러한 일련의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가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필자는 한마디로 금융부문도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어 이른바 ‘금융의 무기화(financial weaponization)’ 현상이 현재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원이나 반도체 등과 같은 핵심품목들에 대해 자국 또는 우방국들에게는 접근성을 높이고, 적대국에 대해서는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서비스도 이와 유사한 규제들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카드사용 제한조치를 취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금융의 무기화’ 현상은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며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미국 또는 유엔의 금융제재를 통해 이미 오랜 기간 적용해 왔던 것이다. 다만, 최근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이러한 금융의 무기화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금융의 무기화 현상이 심화되면 될수록 역설적으로 무기의 위력은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이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금융시스템하에서는 지정학적 위험 증대로 금융시스템 이용에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해당 시스템을 주도하는 국가와 사이가 안 좋은 경우 이용제한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러시아의 보유 미 국채 처분을 통한 미 달러화 의존도 축소이다. 러시아의 미국채 보유규모는, 2018년 1월 만하더라도 1,000억 달러 이상이었으나 불과 3개월 뒤인 4월에는 487억 달러로 급감하였으며, 현재는 20억 달러에도 못미치는 등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미 달러화 의존도를 축소시켜왔다. 또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은 CIPS4)나 SPFS5) 등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을 구축하여 미 달러화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내 무역 또는 금융거래시 결제시스템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결국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인한 ‘금융의 무기화’ 현상의 심화가 ‘결제수단의 국지화(payment localization)’를 초래해 오히려 미 달러화의 힘을 약화시킬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

 

지정학적 위험 증대의 명암과 금융부문에의 영향

 

앞서 살펴본대로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새로운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된 비대면 방식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결제수단의 국지화’를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서비스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개발될 가능성이 높으며, 가상자산 관련 금융서비스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주지하다시피 가상자산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였으나, 지금은 테라-루나사태 및 관련법령 미비 등으로 ‘crypto-winter’라 불리는 소강국면에 진입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발발 직후 피난과정에서 현금인출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만에 하나 동결될 수도 있는 미 달러화 대신 비트코인으로 자신들의 금융자산을 환전하여 나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위기시 이른바 기존 법정회폐의 ‘일시적인 대체재(temporary substitute good)’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상자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가상자산 등 디지털 금융수단들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성 또한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와 관련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자금세탁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이른바 ‘믹서(mixer)’의 확산 등은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부여와 함께 실제적인 자금세탁 또는 테러자금조달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은 전 세계 주요 생산시설이나 핵심 보안시설을 사이버 공격(cyber attack)하는 이른바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공격을 중지하는 댓가로 가상자산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빈번해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대응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와 관련된 영향도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적한대로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균열을 가져와 기축통화로서의 미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중대한 변화의 실현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과 연기금들의 해외 투자자산의 통화구성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을 비롯하여 새로운 디지털 결제수단이 등장하게 되면 기존 법정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CBDC와의 공존가능성 및 공존시 역할분담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규제방안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KIF>https://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4561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가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 > News Insight | (사)국가미래연구원

<내용 요약>►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생산시설의 최적 입지조건으로 생산비용 등 경제적인 효율성보다는 공급망의 안전성 확보와 적대국과의 전략경쟁 등 ‘국가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

www.if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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