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원주민에 관한 글을 읽었다. 최근엔 대다수가 현대 문명과 함께 살아가지만, 아주 가끔 아마존 밀림에서 현대 문명과 만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원주민이 발견되곤 한다. 그런 사람들 얘기다.
그들에게 몇몇 질문을 던졌는데, 그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배우자감으로 좋은가.” 이곳엔 화폐가 없다. 그러니 돈 많은 사람, 부자는 대답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잘생긴 사람, 튼튼한 사람, 착한 사람 등이 좋은 결혼 상대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답은 “사냥 잘하는 사람, 먹을거리를 잘 들고 오는 사람”이었다. 한 여성은 자기가 사냥을 잘 못하는 남자와 결혼해 고생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웃음이 났다. 현대 화폐사회에서는 돈으로 먹거리를 구하고 집도 꾸려가기 때문에 돈이 많기만을 바랄 뿐이다. 화폐가 없는 사회에서는 돈을 바라지 않는 대신 먹거리를 많이 구해올 수 있는 배우자를 원한다. 돈을 원하든, 먹거리를 원하든 결국 ‘나를 좀 더 편히 살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이런 걸 보면 수렵사회나 현대사회나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좋은 결혼 상대를 고르는 기준이 사회적 관습으로 정해지기보다 인간 본능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이가 좀 있다면 몰라도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은 경제력보다 외모를 더 중시하지 않나. 잘생긴 사람, 멋있는 사람이 돈 많은 사람보다 훨씬 더 인기 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돈보다 외모를 본다는 건 경제력 있는 결혼 상대를 더 원한다는 가설과 충돌하는 게 아닐까. 그 순간 상념이 지나갔다. 멋있는 사람, 잘생긴 사람을 찾는 이유가 그런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 가능성이 커서 그런 건 아닐까. 그러면 결혼 상대의 외모를 따지는 게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과 서로 충돌하지 않게 된다.
외모가 뛰어날수록 수입이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대니얼 해머메시 미국 텍사스대 교수의 연구 결과다. 해머메시 교수는 외모와 수입의 상관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해머메시 교수가 1993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71년 미국인 2164명의 고용 상태, 1977년 미국인 1515명의 삶의 질, 1981년 캐나다인 3415명의 삶의 질 조사를 기반으로 이들의 외모와 수입의 상관성을 살폈다. 각 조사에서 면접관은 조사 대상자와 직접 만나 외모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사람들 예상대로였다. 외모가 수려한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수입이 좋았다. 다만 예상과 다른 점도 있었다. 통상 외모가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여성에게서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남성의 외모가 수입에 더 영향을 미쳤다. 잘생긴 남자는 시간당 수입이 보통 외모의 남자들보다 5.3% 많았다. 그런데 예쁜 여자는 보통 여성보다 수입이 3.8% 많았다. 외모에 따른 수입 증가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확연했다.
의외의 결과는 또 있었다. 외모가 보통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 버는 수입이다. 못생긴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수입이 적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 외모가 떨어지는 남자는 보통 사람보다 9.1%나 수입이 적었고, 여자는 5.4% 적었다. 결론적으로 외모가 뛰어난 사람의 수입이 많은 것보다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의 수입이 적은 게 더 문제였다. 그리고 여성보다 남성 외모에 대한 차별이 더 심했다. 즉 외모로 가장 이익을 보는 건 잘생긴 남성이고, 가장 손해 보는 건 못생긴 남성이었다.
또 하나 내가 외모와 수입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가장 믿을 만하다고 보는 건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류근관 서울대 교수가 2012년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한국 유명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9000여 명의 외모 평가와 수입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한국 결혼정보회사는 외모 평가에 굉장히 엄격하다. 개인 주관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상 평가지표가 있다. 또 수입도 설문조사처럼 자기 수입이 얼마라고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제 수입이 얼마인지를 증명하는 공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외모·수입과 관련된 자료가 매우 객관적인 것이다.
여기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혼정보회사는 외모를 A~D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A 등급 남성은 외모가 보통인 C 등급 남자보다 수입이 약 15% 많았다. 여성은 A 등급이 C 등급에 비해 11% 수입이 많았다. 이 연구 결과에서는 외모가 떨어진다고 수입이 평균보다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 보고 외모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자료는 유명 결혼정보회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외모나 수입이 정말 안 좋은 경우 처음부터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어쨌든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면 외모는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외모가 좋으면 수입이 많을 가능성도 크다. 외모가 뛰어나면 실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수입도 증가하는 걸까. 그럴 리 없다. 외모에 따라 성적과 실력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외모는 학업 성적 등과 별 관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외모는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사회적 편견, 오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게 편견이든, 오해든 현실에서 외모에 따라 수입 차이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불합리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굴러간다.
아마존 원주민은 사냥 잘하는 사람을 좋은 배우자감으로 꼽는다.
아마존 원주민이 훌륭한 배우자감으로 ‘사냥 잘하는 사람’을 꼽고,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수입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결혼 상대의 외모를 따지는 게 진짜 잘생긴 사람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이 사람이 나중에 돈을 잘 벌지, 사회에서 인정받을지 알 수 없다. 이때는 뭘 보고 결혼하기 좋은 사람을 판단해야 할까. 두 연구의 결론은 일반적으로 외모가 수려하면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모를 보고 배우자감을 고르는 게 그 나름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여자가 잘생긴 남자, 남자가 예쁜 여자를 원하는 이유일 수 있다.
성형수술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말로 성형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여자가 아닌 남자인 것 같다. 외모에 따른 수입 차이가 실제로는 남성에게서 더 크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 말이다.
출처: https://weekly.donga.com/economy/article/all/11/5415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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