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5년, 10년, 15년간 올려 각각 12%, 15%, 18%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제도개선 보고서가 1일 공개됐다.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우려를 덜기 위해 '더 많이' 연금 보험료를 내면서 '더 늦게' 연금 수급을 시작하자는 개혁안으로, 보장성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상향 제안은 논의가 파행되면서 빠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들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어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재정계산위는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험료율(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과 관련해서는 1998년 이후 계속 9%인 것을 12%, 15%, 18%로 각각 올리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2025년부터 1년에 0.6%포인트씩 5년간 올려 12%로, 10년간 15%로, 15년간 18%로 올리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소진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과 관련해서는 66세, 67세, 68세로 각각 늦추는 3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0세였으나 2033년까지 5년마다 1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조정되는 중이다. 올해는 63세인데 2033년 이후에도 같은 스케쥴대로 5년마다 1살씩 늦추자는 방안이다.
기금소진 시점은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이면 2057년, 67세이면 2058년, 68세이면 2059년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포인트, 1%포인트 상향시키는 경우도 상정했다. 각각 2057년, 2060년으로 기금소진 시점이 늦춰진다.
보고서는 이런 3가지 변수와 관련한 상황들을 조합해서 모두 18개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방안을 종합한 결과로 보험료율 12%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투자수익률 1% 제고(기금소진 2080년), 보험료율 15%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소진 2082년)+기금투자수익률 0.5% 제고(기금소진 2091년) 혹은 기금투자수익률 1.0% 제고(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보험료율 18% 인상(기금소진 2082년)·지급개시연령 68세와 기금수익률 0.5%·1.0% 중 하나 이상 조합(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등 사례를 제시했다.
재정계산위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와 유족연금 지급률(기본연금액의 40~60%) 60% 상향, 가입연령 상한과 수급개시 연령 순차적 일치, 출산크레딧 첫째아 출산 적용,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인정 등을 제안했다.
다만 소득보장 강화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부분은 논의가 파행을 겪다가 결국 빠졌다. 소득대체율 상향을 담은 시나리오를 '소수안'이라고 명시하려는 움직임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고 결국 관련 부분을 보고서에 넣지 않기로 했다. 이후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위원 2명이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다.
보고서는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과 관련해서는 수급액을 올리면서 현재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편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실제 연금기금을 굴리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금이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입자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칭)',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전문가 집단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집행조직인 '기금운용공사'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 위험자산 배분, 장기 재정추계 등 기금 운용의 큰 방향을 '기준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 공공기관인 기금운용공사가 투자를 실행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는 현행 체계 내에서의 개선 방안으로 전략적 자산배분의 기금운용본부 위임과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 강화를 비롯해 기금운용본부 인력, 예산 분리, 해외 사무소 추가 설치 및 인력 확대,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등을 제안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재정계산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청회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세텍(SETEC) 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설명회에서 "재정계산위원회의 목표는 70년을 기준으로 한 장기 재정 안정화"라며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대로라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에 수지적자가 발생해 2055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재정 안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정추계 결과 적립 기금이 소진되면 보험료율을 34.9%까지 올려야 연금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이후 계속 9%로 유지돼 그동안 유일하게 연금 개혁에서 빠져있었다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료율 인상 효과는 가입자 수에 비례한다며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70년생은 100만 명이 넘지만, 작년 출생자는 25만 명밖에 안 된다. 같은 1%포인트를 올려도 효과가 4배 차이 난다"며 "4차 재정계산 때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더 좋았겠지만 2025년부터 올려도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또 다른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지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각각 늦출 때와 기금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포인트, 1%포인트씩 상향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3가지 변수에 대한 18가지 시나리오를 단순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방안을 보여드린 것"이라며 "모든 시나리오에서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연 0.6%포인트씩 같은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는 똑같은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드렸다. 결국 우리 보고서가 제시하는 목표는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하나다. 행간을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올해 기준 63세로 3년간 소득이 없는 이른바 '연금 절벽'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은퇴 후 몇 년 있다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시바삐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며 "가입연령 상한을 수급 개시 연령에 순차적으로 일치시켜 추가 가입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이 없는 경우엔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고, 과도기적으로 2033년까지 노사 합의에 따라 가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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