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이 가장 오래 살았다…한알 100원인데 '노화 막는 약'
'불로장생의 꿈:바이오 혁명'에서 다룬 내용
홍해파리의 별명은 ‘불멸의 해파리’다.
학명은 투리톱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 5㎜도 채 안 되는 작은 생명체인데, 완전히 성숙한 개체가 된 뒤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유아기인 폴립 단계로 돌아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잡아먹히거나 병들지만 않는다면 늙어 죽을 일 없이 영원한 삶을 누린다.벌거숭이두더지쥐의 생명력도 기이하다. 생쥐와 비슷한 크기의 이 동물이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이 동물의 수명이 생쥐와 비슷한 3~5년 정도 될 거라고 예상했다. 작은 크기의 동물은 번식력이 왕성한 대신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30년 이상 살며, 암에 대한 저항력이 특히 강했다.자연계엔 상식적인 노화 개념을 뛰어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2000년대 이후 분자생물학의 급격한 발전 덕에 각종 노화의 원인과 이를 막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항노화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이 하나둘 시작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인체에 항노화 약물을 테스트하고 있다.항노화 약물에 대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자, 노화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들이 올해 초 가장 유망한 약물을 면밀히 조사해 발표했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의외로 가장 흔히 구할 수 있고 매우 값싼 약물이었다.연구팀은 세계에서 실험 중인 수많은 약물을 네 가지 깐깐한 기준으로 선정했다.
첫 번째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 임상에서 충분히 실험된 것이다. 두 번째는 동물 실험에서 노화를 늦춘다는 확고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세 번째는 장기적으로 써도 될 만큼 인간에게 안전한 것이다. 네 번째는 노화의 주요 특징을 약화시키는 작용 방식이 있는 것이다.
세계 노화 연구의 석학들이 정리한 항노화 약물의 유력한 후보들을 소개한다.
목차① “마법의 약”② 들꽃에서 찾아낸 불로장생약③ DNA 스위치를 조정하는 신약④ 항노화 약 효과 그대로 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마법의 약”
요즘 의료 정보 사이트에 간혹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당뇨가 없는데 항노화 목적으로 당뇨약인 메트포르민을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
또 최근 하버드대 의대 출판부에선 이런 기사도 냈어요.
“메트포르민은 마법의 약인가?”
노화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이미 들어보셨을 텐데요.
메트포르민은 원래 당뇨병에 걸리면 가장 처음으로 처방하는 약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화를 막아주는 약물 중 가장 유명하죠.
그게 2014년 영국 카디프대가 내놓은 충격적 연구 결과 때문인데요.
여기선 제2형 당뇨병 환자이면서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받은 사람, 당뇨병이 없는 사람, 그리고 당뇨병 환자이면서 다른 당뇨병약인 설포닐우레아로 치료받은 사람 이렇게 세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2000년부터 추적 관찰했더니 당뇨병 환자이면서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받은 사람의 생존 기간이 가장 길었습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더 길었죠.
이 메트포르민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사이 항노화 후보 약물에 대한 임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14개 기관이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는데요.
3000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해서 메트포르민의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이나 한 3년 후에 결과가 나올 걸로 예상이 되고 있는데요.
대량 임상을 통해서 메트포르민의 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증상들을 개선하는 효과가 과연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FDA에 메트포르민을 노화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승인을 받겠다는 거죠.”
(김경규 성균관대 정밀의학 교수)
그리고 얼마 전 노화 연구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들이 ‘셀 대사학’ 저널에 현재 항노화 약물 후보군을 면밀히 검토해서 리뷰를 냈는데요.
총 8가지가 유망한 것으로 꼽혔습니다.
이 약물 중 어떤 것들은 우리 몸에 원래 내재돼 있는 어떤 경로를 모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노화 약물의 도움 없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노화를 막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도 있죠.
이 약물들은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할까요.
그리고 이 약물이 작용하는 원리를 우리 몸에 적용하려면 어떤 걸 해야 할까요.
현재 세계적으로 항노화 약물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 시작된 항노화 약물 임상은 최근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노화 방지 약물을 개발 중인 기업엔 엄청난 투자금이 몰려요.
알토스랩스, 캘리코랩스, 헤볼루션 재단, 이런 곳엔 수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갔고요.
이런 기업들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노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을 모셔와서 연구를 진행합니다.
올해 초엔 항노화 약물을 망라한 리뷰도 나왔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노화를 확실히 늦췄고 인간 임상까지 진행한 약물만 뽑았어요.
이 8가지 약물은 각각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우리 노화를 늦춰줍니다.
노화 때문에 생기는 암, 치매, 심장병 같은 질병 위험도 자연히 줄어들죠.
암, 치매, 심장 질환은 유전자나 생활습관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나이예요.
그러니 노화를 막으면 이런 질병은 자연히 막아진다는 게 노화 연구자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자 그럼, 노화 연구의 석학들이 꼼꼼히 리뷰해 꼽은 주요 항노화 약물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입니다.
메트포르민은 프랑스 라일락 혹은 염소 약초라고 불리는 풀에서 추출한 성분입니다.
프랑스 라일락은 꽃나무인 라일락과 이름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종인데요.
라일락은 국화에 가깝고 프랑스 라일락은 장미에 가깝습니다.
이 약초는 이미 중세 시대부터 당뇨 증상을 완화하려고 쓰였고요.
흑사병이 유행하던 때에도 땀을 내는 약으로 쓰인 유서 깊은 약초죠.
그런데 여기에 든 구아니딘이라는 성분이 혈당을 낮춰준다는 게 1918년 밝혀졌어요.
하지만 구아니딘은 독성도 강해서 이대로는 쓸 수 없었죠.
이를 실험실에서 구조를 살짝 바꿔서 좀 순화시킨 버전이 메트포르민입니다.
2000년대 들어 동물 실험을 했는데, 메트포르민을 먹인 쥐가 수명이 길어진다는 게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항노화 연구가 시작됩니다.
그림에서 화살표는 쥐의 나이 54주째부터 메트포르민을 먹이기 시작했다는 거고요.
메트포르민을 먹은 쥐가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메트포르민이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약간 논란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기능을 강화하고, 면역 체계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고요.
동물 실험에선 항염증 효과와 함께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메트포르민은 부작용이 적으면서 노화를 늦추고 건강 수명을 늘려주는 항노화 약물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메트포르민 자체가 양전하를 많이 띠고 있는 물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체에 들어가면 여러 군데 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DNA도 결합할 수도 있고 단백질도 결합할 수 있고 이렇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요.
여러 가지 메커니즘 중에 하나는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사슬이라고 있습니다.
ATP를 합성하는 기능을 하는데 그때 그 사슬에 메트포르민이 결합해서 저해시키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ATP의 양이 줄어들고 반대로 AMP라는 ATP 동족체의 양이 늘어나죠.
그래서 AMP 카이네이즈라는 프로테카이네이즈가 이제 활성화되면 항당뇨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들이 많이 보고가 돼 있고요.
메트포르민 자체가 여러 DNA, 단백질과 결합을 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기전을 통해서 항노화 또는 당뇨, 그러니까 특히 포도당 양을 낮추는 기능들을 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경규 성균관대 정밀의학 교수)